잡담

오랜 망설임 끝에

풀나무 2007. 6. 27. 23:14
오랜 망설임 끝에

얼마나 많은 시간이 너와 나 사이를 흘러갔을까.
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네가 내민 손을 잡는다.
얼마나 놀랐던가, 나는 처음으로
손이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.
아득한 기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보물.
내가 말을 배우기 전에 알아들었던 그 말.
네 손이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걸 듣는다.
오래 닫혔던 문을 참 쉽게 여는군요.
나는 네 손을 내 귀에 갖다 댄다.
참 질긴 길 하나가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.

- 김선굉, ‘오랜 망설임 끝에’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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